금선희
KP
서울에 살고 있는 탈북민 친구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다. 그의 편지는 1970년대에 북으로 이주했던, 현재는 일본에 거주하는 한 탈북 재일조선인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의 편지를 읽은 것은 내가 인도에 살던 시기였다. 인도에서 나는 떠돌이 개들에게 먹이를 주었다. 1997년 북한을 다녀온 후부터 나는 기아로 죽어가는 이들을 남겨두고 온 죄책감으로 남은 음식을 버릴 수 없었다.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 길 위의 개들은 가스실에서 안락사당한다. 어느 날, 내가 먹이를 주던 개들 중 하나가 심각하게 아파하는 것을 보게 된다.
금선희의 2018년 작품 <디어 디어>는 탈북 재일조선인들을 통해 전달받은 소설에 대한 작가의 시적인 화답을 영상으로 담아낸다. 영화는 손편지의 형식을 빌어, 당시 인도에 거주하던 작가가 서울에 있는 탈북 귀국자에게 받은 소설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본 사회는 열광적인 선전 열풍 속에서 북으로 향했던 재일조선인들을 쉽게 망각해버렸지만, 그 곳에서 삶을 이어가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느다란 끈으로 연결되어 작가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작가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그들의 삶과 죽음을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애도하는 답장을 영상으로 전한다. <디어 디어>는 함께 상영되는 <증언>과 나란히 놓고 볼 때, 타인의 고통과 증언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화답을 보여준다.
금선희Soni KUM
영화와 비디오, 설치,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멀티미디어 예술가. 아시아를 비롯해 브라질, 독일,영국까지 다양한 예술 공간과 영화제에서 상영한 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