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민
KP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이름 없는 질병을 앓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 그녀들의 육체적·정신적·사회적 고통이 여러 텍스트에서 인용된 언어를 거쳐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된다. 작가는 그 내레이션이 리서치를 하는 과정에서 마주쳐 “주워 모은 문장들로 만들어진 구조물”이라고 밝힌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을 유발하여 인간을 병들게 하는 익명의 질환을 추적한 <네임리스 신드롬>은 젊은 작가들을 발굴,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미술관 ‘리움’이 ‘아트스펙트럼’에서 전시되어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서사의 구성은 5개의 소제목이 붙은 챕터들로 이루어지는데, 개별 챕터들은 앞의 것이 뒤에 오는 것을 불러내거나, 이어받고, 또는 벗어나는 인상을 준다. 모든 인물들은 여성이고, 그 중 한 명이 나레이터 역할을 맡아 해설과 주석, 질문을 던지며, 작가의 조사와 인터뷰에 기초한 재연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다. 전편을 주재하는 시청각적 모티프는 반사와 반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거울과 창문, 물의 표면 위에서 이미지들이 서로를 비추고 반영하거나 마주본다. 인과의 논리로부터 벗어나 물리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고통받아온 여성들에 대한 메타포를 텍스트와 이미지의 플레이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차재민CHA Jeamin
서울에서 거주 및 활동하고 있으며 영상, 퍼포먼스, 설치, 글 작업을 한다. 심리나 감정, 육체의 관계를 다루며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을 가진 개인들에게 초점을 두고 작업한다. 또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점 축소되는 미지의 영역을 보존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2022년 연출한 〈네임리스 신드롬〉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단편경쟁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