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칼린,역사학자셰일라로우보섬과의대화중

(<기억>은 문화적인 기억상실증에 대해 사색하는 작품으로, 이 영화의 주제와 모티브는 차후 칼린이 만든 11편의 다큐멘터리에서도 반복된다. 아이러니하게도,TV와 기억에 관한 이 영화는 잊혀진 채 한동안 방치되었다가 1986년 3월 BBC의 오후 코너에서 방영되었다.)

“저는 <기억>에 대해 1975년부터 쓰기 시작해서, 77년과 78년 사이에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이 작품은 BFI와 BBC가 공동제작 했는데, 그건 뛰어난 제작자인 개빈 배리가 제게 그 작품을 BBC를 위해 독립적으로 제작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해냈어요. <기억>은 1982년 BBC에서 방영된 최초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였습니다. 당시에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는데 <기억>이 방영된 다음에는 독립영화제작자들이 TV와 일을 하는 것이 더 일반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기억>은 기억과 역사에 관한 작업입니다만, 그건 제가 역사를 갖고 있지 않고 기억력도 정말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홀로코스트 Holocaust>라는 멍청한 헐리우드 시리즈가 히트를 친 것이 이 영화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화가 제기하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어째서 그렇게 일찍 죽어버렸으며 -다큐멘터리 사진의 역사는 고작 30년 입니다 - 허구로 대체되었는가? 허구화는 너무나도 저속하고 끔찍합니다.

저는 스튜디오에다 영국 템즈 강변의 신도시인 도크랜드처럼 보이는 가상의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당시 저는 그렇다는 걸 몰랐죠. 저는 그저 건축가들이 만든 모형들을 구해다 말 그대로 도시 하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카메라를 움직이면서 어떻게 도시가 기억하고 잊는지를 상상하려 애썼어요. 그건 단순히 현대 도시들이 기억상실증에 걸려있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역사가 도처에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보여주듯, 시민 한 사람은 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심한 망각에의 위험이 있을 때 그는 TV드라마나 헨리 5세, 아니면 그 무엇에든 속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역사와의 아주 구체적인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잊고 또 기억하는 한 도시에 대한,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잊고 기억하는지에 관한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파트는 그들의 기억과 함께 도시로 진입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 즉 사회주의자들에 관한 것입니다. 그들은 도시의 경계 바깥에 있고, 그들의 기억은 여태까지도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한 에피소드는 광부의 작업도구와 클레이 크로스에 있는 광산을 찍은 사진들을 수집하는 역사학자 클리프 윌리엄스에 관한 것입니다. 그곳에서 그가 이 전시를 열었을 때, 모든 늙은 광부들이 자신들의 작업도구를 확인하러 오는 광경을 볼 수 있었지요. 두 번째 에피소드는 버포드의 역사학자 E.P.톰슨이 17세기 아일랜드 침략에 대한 양심적 거부로 총살된 수평파(Leveller)에 관한 강의를 다루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이스트런던 캐이블가의 반파시스트 운동가 찰리굿맨입니다. 찰리는 이 멋진 벽화를 그렸고, 우리를 인도합니다. 그리하여 <기억>은그 역사들을 재인지 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수평파, 클레이크로스 광부들, 캐이블가 폭동 같은 일들요.

도시에 관한 파트 이후, 영화는 알츠하이머 병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병원을 비추기 시작합니다. 거기서 그들에게 마음을 움직일 만한 것을 주는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사진은 그들이 기억을 되살리게끔 돕는 등 여러 역할을 합니다. 당신은 기억의 파괴가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는지 보게 될 겁니다. 이들은 적극적 이었다가, 불현 듯 방금 전에 일어난 일조차 기억하지 못했어요. 그들은 예전의 기억은 가지고 있으나, 그것을 포착할 언어를 잃어버린 겁니다. 언제나 단어들을 마구 뒤섞습니다. 그 허약함이 놀라울 정도예요. 기억이 취약하게 부서지는 거죠.”

<계급에 관하여: 영화, TV그리고 영국의 노동계급>에서 발췌. 셰일라 로우보섬, 휴 베니언 편집(Rivers Oram Press,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