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제주도 바다에서의 물놀이를 유난히 좋아했던 소녀는 노인이 된 지금껏 바다를 떠나지 못한다. 평생을 해녀로 살아왔지만, 여전히 물질은 그녀에게 가장 재미있는 놀이이자, 고마운 밥벌이다. 실제 해녀인 강두교를 모델로, 그녀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한 <할망바다>는 강두교 해녀의 구술에 따라 전개된다. 해산물을 담는 태왁이 실은 자신들의 혼백상자라는 얘기며, 물질은 결국 저승으로 돈벌러간다는 의미라는 고백, 그 두려움을 상쇄해주는 굿 장면까지 평범한 해녀의 소소한 이야기보따리가 풀어진다. 해녀의 삶에 대한 민속지학적인 탐구는 없지만, 한평생 바다 속 세상과 어울리며, 물질을 끊지 못하는 해녀의 감수성, 삶과 바다 앞에서 강인하면서도 여전히 소녀처럼 들뜬 어느 해녀의 마음을 경쾌하게 전달하는 영화다.(남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