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다문화의 시대다. 누구나 지구촌의 공간과 글로벌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식상하리만큼 익숙해진 구호에는 어떠한 현실감도 감흥도 없다. 피부색도, 쓰는 말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다문화 직업 합창단 ‘몽땅’은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자 하는 시도다. 혹은 그 한계를 정확히 직시함으로써 뛰어 넘고자 하는 어떤 결기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시작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가수 ‘인순이’가 고개를 가로 저을 정도의 노래 실력이니 악보를 읽거나 곡을 만드는 것은 언감생심. 의사소통은 물론, 성실하게 연습에 참여하기도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어렸을 적 들었던 자장가를 기억해내고, 낯선 땅에서 겪어야 했던 웃지 못할 경험들을 공유하며 이들은 점차 ‘팀’이 되어간다. 그렇게 맞이한 첫 프로모션 공연. 실수도 많았지만 약속된 박자에 정확한 화음을 완성했을 때 쏟아지는 관객들의 환호, 그 순간의 희열은 무대 위 단원들 뿐 아니라 스크린 밖에서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내는 노래의 힘, 그리하여 비로소 가능해진 ‘다문화’의 순간을 경험해버린 것이다. 여전히 몽땅 단원들의 노래 실력은 아슬아슬하고, 우리 사회의 ‘다문화’ 역시 멀고 먼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그들이 부르는 노랫말처럼 그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니까. 우리는 이제 첫 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김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