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도 사람들은 그가 죽었다고 믿었다. 혹자는 그가 실존 인물이 아닐 거라고도 했다. 미국 영화 역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악명 높은 에드 우드가 그와 동일 인물일 거라는 터무니없는 과장과 억측도 난무했다. <아빠는 야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바로 이 무성한 소문의 주인공인 스티븐 C. 아포스톨로프 (A. C. 스티븐)의 삶과 영화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는 정치 사범, 독실한 기독교 신자, 한 가정의 든든한 가장 등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에로 영화 감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포스톨로프는 공산주의 독재 하에 있던 불가리아를 탈출해 할리우드에서 영화 감독으로 자리잡은 의지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여 년을 영화인으로 살면서 17편의 저예산 소프트 코어 포르노 영화를 만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비웃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비평가는 물론 대중들에게 역시, 그의 명성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B급 영화 분야에서 그의 위치는 가히 독보적이다. <아빠는 야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가족과 동료들의 인터뷰와 자료 화면, 사진 애니메이션을 적절히 사용해 아포스톨로프 감독의 놀라운 인생 드라마를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60년대와 70년대를 풍미했던 컬트 섹스 익스플로이테이션 장르라는 색다른 영화 세계와 에로 영화가 잃어버린 순수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