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따라 몽골에서 이주한 남매들. 미등록 신분인 이 가족은 변두리의 허름한 집에서 근근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 같지만, 그들 중 누구도 ‘배고픈’몽골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버지, 어머니, 딸이 여기저기 떠돌며 불확실하고 고된 노동을 하는 동안, 어린아이들은 서툰 한국어로 학교를 다니고 위험한 밤길을 놀이터 삼아 시간을 보낸다. 영화는 이들 가족 속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은 다음, 그 어떤 개입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이들 각각이 처한 상황들을 지켜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카메라가 신기하게도 가족 구성원들끼리도 감추고 있는 내면의 순간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아내가 강제출국 당한 후, 술에 취해 카메라를 바라보며 아버지가 건네는 서툰 한국말이나, 부모 없이 잠에서 깬 아이들의 침묵이 내려앉은 표정, 저 멀리 외화면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망을 담은 내레이션과 스산한 도시 변두리의 풍경, 어느 겨울밤, 술취한 아버지의 손을 양쪽에서 꼭 잡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짠한 뒷모습. 이주민 노동자 가족의 피폐한 삶이 이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 한 구석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때때로 어느 가난한 가족의 위태로우나 살아있는 현실의 서정시 (물론, 현실을 미화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남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