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군사 점령을 장기간 강행하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에서 가능한 일일까? 1967년 웨스트 뱅크와 가자 지구를 점령한 후, 이스라엘 군부가 이 지역에 강요한 군사 명령 체계와 법률은 수천 가지에 달한다. 이스라엘 군부는 군법재판소를 세워 수십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형을 내리는가 하면, 50만 이스라엘 ‘정착민’을 점령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등 점령군 관할 체제를 장기간 구축해왔다.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시스템을 위해 이스라엘의 군사 법률 전문가가 총동원되었다. 이스라엘의 주장대로라면 이스라엘 최고 법원은 국제 법규를 최대한 따르며 점령 지역을 철저히 감독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장기간 점령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에 대한 통제의 근간이 되는 군사법에도 지속적인 유지, 보수가 착실히 진행된다. 군사 법률 전문가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정세에 부응하려 애쓰지만, 곧 사법권 유지와 도덕적 양심 사이의 복잡한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팔레스타인 점령의 적법성에 대한 보고서>는 당시 시스템 구축에 가담했던 군사 법률 전문가와 구축 초기 운영을 도왔던 이들의 증언을 통해 이 사상 초유의 사건을 파헤친다.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애써 피해왔던 민감한 부분에 질문을 던진다. 법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점령’이라는 행위 자체가 진정으로 가능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