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단식 투쟁을 벌이는 것은 상당히 극단적인 행동이며, 특히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흔치 않은 일이다. 9월 10일, 루마니아 출신의 이민 노동자인 클라우디우 크룰릭은 폴란드인 판사의 지갑을 훔친 혐의로 체포된다. 다른 절도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던 그는 크라코프에 위치한 감옥으로 보내진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체포된 날부터 단식 투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안카 다미안 감독은 크룰릭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죽은 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내레이션하는 방식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이런 장치는 단순히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역할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고통 등에 생생함을 더하는 역할을 해낸다. <크룰릭 – 나의 죽음에 대하여>는 비극에 대한 이야기지만 울음뿐 아니라 웃음까지 아우르는 매우 복합적인 감정을 담고 있다. 여기에 동유럽의 유머까지 가미되어 단순히 눈물만 주는 것 이상의 강렬한 감정을 선사한다. 결국 무고하게 기소된 크룰릭은 단식 투쟁 도중 사망한다. 다미안 감독은 유일한 무기였던 육체를 통해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 속에 완성한다.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 콜라주, 스톱 모션, 컷-아웃 애니메이션 기법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기법이 총동원된 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