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스타 한 명 모셔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싶을 만큼, 팬덤은 현대의 일상적 현상이자 동력이지만, 그 규모와 밀도 면에서 21세기 한국을 능가하는 시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학업도 일상생활도 모두 내팽개친 채 좋아하는 ‘오빠’, ‘누나’를 따라다니는 청소년들을 두고 온갖 미디어들은 문제아 운운하고, 어른들은 혀를 끌끌 차곤 한다. 어느 누구도 그 안에 존재하는 희열과 갈등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유 있는 열광>은 실제 한 아이돌 그룹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리고 지금은 그 ‘팬질’의 지속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진 감독이 주위 사람들, 나아가 자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우리 시대 팬덤 문화의 실체에 접근해가는 작품이다. 주인공이자 감독은 부모님, 친구들, 팬클럽 회원 등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착실히 기록함으로써, 대중문화의 영향력 아래에서 완벽하게 호흡하는 세대의 초상은 물론, 열광할 것들이 사라져가는 시대의 서글픔을 드러내는데 성공한다. 동세대의 목소리로 전하는 현실은, 여느 전문가의 분석보다도 훨씬 더 적나라하게 세태의 단면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성취는 더욱 유의미하게 느껴진다. 성실한 관찰의 끝에서 그녀는 묻는다. “우리가 꿈을 꿀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는 걸까?” 이제는 우리가 그 질문에 답할 차례다. 일코, 사생, 사녹 등 신조어를 따라 잡는 미션은 덤이다. (김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