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순
‘비념’은 ‘작은 규모의 굿’을 뜻하는 제주도 말이다. 영화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시작하여 애월, 오사카, 서귀포등지를 돌며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담는다. 그것은 마치 굿판에서 무속인이 읊는 사설처럼 과거에 벌어진 어떤 사건을 현재로 불러온다. 한 마을에서 같은 날 여러 집이 제사를 지내야 하게 만든, 그래서 결국 누군가는 오랜 세월동안 낯선 타지로 떠돌면서도 ‘세상에서 제일 몹쓸 곳’이라고 고향을 향해 욕지기를 내뱉도록 만든, 그리고 지금 또 다른 모습으로 반복 되고 있는 그 사건을 말이다. 국가의 공권력이 민간인을 향한 폭력이 되어 돌아온다는 점에서 과거의 4·3사건과 현재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강행은 몹시도 닮아있다. 국가가 어린청년을 향해 총을 쏘고, 국가가 주민이 반대하는 군사기지 건설을 위해 마을의 정신적 상징이 된 바위를 폭파하는 광경이 어디가 다른가 말이다. 한쪽에서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고 한쪽에서는 허울만 좋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축하하는 이런 아이러니는 대체 언제 끝날 것인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허경)
임흥순Im Heung-soon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가족에 관한 비디오작품을 시작으로, 버려지고 지워진 개인사를 비디오, 사진, 설치 등으로 공적, 사회화시키는 작업들을 해왔다. 개인이 주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내사랑 지하>(2000), 등촌동 임대아파트에서 작업한 <꿈이 아니다>(2010) 등을 연출했다. 비념 (2012) 꿈이 아니다 (2010) 숙자 (2009)추억록 (2003) 내사랑 지하 (2000)
Production Company 보통영화사,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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