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의 성프란시스 대학은 노숙인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운영하는 대학으로, 인문학, 철학, 예술사, 글쓰기 등의 수업을 통해 노숙인의 자존감 회복을 돕는 곳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세요>는 이 대학의 2010년 신입생들이 보낸 1년을 꼼꼼히 담고 있다. 학기가 시작 된지 얼마 지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이들이 그만두고 말았지만 배호진, 온종국, 전태선, 이형철 등 네 명의 주인공을 포함하여 남아있는 학생들은 계속해서 수업을 듣고 함께 밥을 해먹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차 변화해 간다. 성프란시스 대학에서 자원 활동을 하면서 영화를 만든 감독은 인물 하나하나의 사연을 캐묻기 보다는 이런 변화의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학생들은 자원 활동가이기도 한 감독에게 스스럼없이 친근감을 표하며 슬그머니 속내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영화가 이들의 일상만 기록한 것은 아니다. 보호받지 못하는 노숙인의 생활 실태나 이들의 자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터무니없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 등이 인물의 말과 감독의 내레이션을 통해 끼어들면서 씁쓸한 정서를 자아내기도 한다. 비록 영화는 희망을 기대하며 끝이 나지만, 결국 마음한켠이 싸해지는 것은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