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의 노인들이 참가하는 세계 탁구 챔피언 대회가 내몽골에서 열린다. 모두의 나이를 합치면 703세에 이르는 세계 각국에서 온 8명의 할머니, 할아버지 선수들이 인생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금메달을 꿈꾸며 대회장에 모여든다. 외모만 보면 은퇴, 요양원, 건강 문제, 외로움 등의 단어가 연상되는 이들이지만 그들이 펼치는 스포츠의 세계는 전성기 선수들의 그것에 못지 않게 젊음과 에너지가 넘친다. <핑퐁>은 신체적 나이가 주는 중압감에 기 죽지 않는 노인들의 행보를 통해 승리를 향한 인간의 본능적인 열정과 인간 내면에 잠재된 놀라운 끈기를 찾아낸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일주일 버티는 게 최선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영국의 82살 테리는 대회를 준비하며 건강을 되찾았고 치매를 앓는 독일의 90살 잉게는 탁구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평생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단련해 온 영국의 90살 레스는 가족들의 지지 속에 여러 경쟁자들을 따돌리며 오랫동안 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얼마 전 100세 생일파티를 열었던 최고령 선수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도로시 역시 금메달을 향한 집념을 감추지 않는다. <핑퐁>은 영화음악으로도 효과적으로 활용된 탁구대 위에 떨어지는 탁구공 소리만큼이나 경쾌하게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이슈인 고령화 문제에 접근한다. 현재 세계 인구의 6분의 1은 60살 이상의 노인이며 20년도 못 가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60살 이상이 될 전망이다. 고령화 시대에 우리는 ‘나이 듦’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의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이 영화 <핑퐁> 속에 있다. (정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