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아마드에게는 한 가지 목표가 있다. 환아들의 가발을 제작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발을 기부하는 것! 영화의 첫 장면에서 기다림의 노력 끝에 미용실을 찾아간 아마다는 아직 4-5개월을 더 길러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안타깝게 돌아선다. 그 날 이후, 온 가족이 돌아가며 머리카락 길이의 변화를 매번 확인한다. 가족은 선행을 하는 아마드에게 가장 큰 조력자다.

학교 수업에서는 네덜란드 친구와 사귀는 데 필요한 언어를 배우고, 평소 감사를 느끼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사실 아마드가 인내심을 가지며 머리카락을 기르게 된 것은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 준 네덜란드인들에게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는 ‘난민=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틀지어 대상화하는 사회적 인식을 깨는 대목이다. 전쟁 난민으로 살아가지만, 그 역시 동등한 시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첫 번째로 자른 땋은 머리를 확인하고 기뻐하는 아마드와 여동생의 표정에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묻어난다.

동네에서 만난 친구들이 시리아 사정과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물으면 아마드는 진지하게 대답한다. ‘친구’라는 단어를 모국어(아랍어)로 가르쳐주는 아마드와 배운 대로 열심히 따라 쓰는 네덜란드 친구.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분리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인정하고, 상호 이해하며 공존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영화다. [이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