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가쁜 숨, 말의 힘찬 근육, 한껏 느리고 우아하게 전개되는 화면. 단편 <말 위의 소녀들>은 아크로바틱 훈련을 하는 소녀들을 조명한 단편이다. 화려한 서커스 무대의 판타지가 아니라 배후에서 진행되는 실제 현실에 카메라를 들이댄 백스테이지 다큐의 일종이기도 하다. 열두 살 주지아의 곡마단 일원이다. 그녀의 팀은 8세부터 20세까지의 소녀들로 구성되어 있다. 민첩성과 지구력을 갖추고 유연함을 단련한다. 달리는 말 위에서 균형을 잡고 신체를 조형한다. 하지만 새 시즌 훈련이 시작되자 주지아의 몸동작이 예전 같지 않다.

<말위의 소녀들>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한 편의 성장영화가 연상된다. 한편에서 작품은 서로를 신뢰하며 몸을 내맡기는 소녀들을 응원하는 파이팅의 영화다. 다른 한편에서 작품은 서로 다른 연령대 소녀들의 육체성을 조명한 심리물로도 보인다. 주지아의 말 위에서 실수를 연발한다. 소녀는 2차 성징을 경험하며 달라진 자신의 신체에 내적 혼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천진한 아이의 시절을 영영 떠나 불안한 사춘기의 문턱에 접어 선 것인지도 모른다. 무구한 소녀의 아름다움과 곡마용 말의 건장함을 대조함으로써 매우 암시적인 방식으로 성적 긴장감을 조성한다. 단조로운 훈련의 순간이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러한 은유적 정서 때문이다. [송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