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관용구로 흔하게 쓰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말을, 이 영화의 주인공인 잉게는 문자 그대로의 뜻으로 말한다. 여기서 새삼 충격을 느낀다면, ‘노화’란 언제나 낯선 증상이고, ‘노인’은 이 ‘백 세 시대’에 오히려 더 비가시화되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데스메탈 랩을 하는 할머니란 쉬운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 쉽다. <데스메탈 할머니>는 자신이 쓴 시를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 데스메탈 래퍼가 된 잉게의 삶을 짧게 스케치한다. ‘스위스 갓 탤런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그녀는 이제 ‘아메리카 갓 탤런트’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한다. 그러나 이 13분짜리 영화는 그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우리의 속물적이고 뻔한 기대를 배반한다. 그녀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시로 만든 노래를 멋지게 들려주고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영화가 찬란하게 빛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 지점에서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아직 살아있고, 그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특별히 뭔가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아마 오늘도 그녀는 시를 쓰고 젊은 친구들과 음식을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오늘의 삶을 충실히 살 것이다. [김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