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카탈루냐 지역에서 벌어진 일련의 정치적 사건을 다루는 작품. 독립이라는 화두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가 택한 것은 문자 메시지이다. 해당 지역에서 찍은 기록 영상 위로 문자 메시지가 하나씩 떠오른다. 당시 실제로 주고받은 메시지 그대로인데, 영화는 중립을 지키려는 듯이 상반된 의견을 교차해 제시한다. 단체 대화방의 경우 상대방의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이런 방식이 마이크로 얻어낸 인터뷰보다 더 속마음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사안이 급박한 만큼, 스페인의 일원으로 남겠다는 사람이나 독립주의자나 모두 격렬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어떤 이는 의견이 무시당한다는 이유로 대화방에서 나가기도 한다. 영화는 전임 대통령이 남긴 비장한 문자를 전달하며 끝을 맺는다. 일련의 과정과 그 메시지를 읽으며 새삼 민주주의가 도달해야 할 지점임을 깨닫는다. 스페인은 20세기에 내란과 독재라는 피의 역사를 통과한 나라다. 21세기의 내전에는 총이라는 무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풍경이 전쟁의 새로운 양상인지, 민주주의의 혼란 상황인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하나는 분명하다. 언어적 표현은 다원화의 상징이면서 한편으로 무기보다 더한 고통을 남기는 역할도 수행한다는 것.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