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을 통해 연애 상대를 찾는 건 더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동시대의 풍경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여성과 팔레스타인 남성의 만남이라면 어떨까? <담 너머의 남자>는 이 흥미로운 질문을 직접 실천에 옮긴 감독이 연출한 도발적이고 재치있는 다큐멘터리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솔직함이다. 감독은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작성한 자기도취적 소개 문구나 한껏 멋 부리고 찍은 프로필 사진들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너와 당장 섹스하고 싶다”는 상대 남성의 낯뜨거운 작업 멘트와 이를 더 화끈하게 받아치는 감독의 대화까지 숨김없이 들려준다. 이를 통해 감독은 이스라엘에 있든 팔레스타인에 있든 “우리 모두 인간”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마음에 드는 상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욕망 앞에 민족, 정치, 종교 등의 문제는 클릭 한 번으로 바꿀 수 있는 ‘키워드’에 불과한 것이다. 비록 명백히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복잡한 정치-군사적 권력 관계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만 언급하는 게 조금 아쉽지만, 어쩌면 이런 연출 자체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감독의 적극적 논평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보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