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의 다양한 매체 실험 중의 하나인 가상현실(VR)은 다큐멘터리의 관람을 감각적 체험의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였다. 들뢰즈가 말했던 관객이 눈으로 만지는 듯한 ‘헵틱적 시각’을 일차적 의미로 적용해 본다면, VR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 이론의 가장 구체적인 형태가 구현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과연 다큐멘터리에서 이러한 시도가 관객을 더욱 적극적으로 현실의 재현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그 소기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했는가는 차지하고서 말이다. 특별기획 2의 한 섹션으로 소개되는 5편의 VR 다큐멘터리는 가상현실이라는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실험에만 그 의의를 두고 있는 작품들이 아니다. <하늘도 아닌, 땅도 아닌>로 2015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던 클레망 코지토르가 직접 제작했거나, 기획에 참여한 '레전드 오브 레전드' 시리즈와 캐나다 핫독스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소개되었던 <키리바시의 방주>, <태양의 여전사들>은 이 새로운 매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단순히 스펙터클한 관람의 경험이 아닌 가상현실이기에 가능한 새로운 영화미학과 주제를 결부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조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