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고백을 들어보라. 심리적 두려움으로부터 고통받는 아비는 카메라 앞에서 일종의 ‘수행적 고해성사’와 같은 개인적인 감정(들)을 회고한다. 자신을 떠난 아내와의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일종의 알레고리적 장치로 관계의 실재와 세계 내 존재의 무기력함을 재연한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전쟁영웅이자 레바논의 사브라 샤틸라 학살을 주도했던 거물 정치인 샤론에 대한 아비의 ‘호의적이지만 이질적인’ 관심은 삼손의 비극처럼 그의 모든 사생활을 집어 삼킬 듯 하다. 이 두 감정(들)은 별개인 듯 보이지만 하나의 영화 형식 안에서 분열된 채, 인식적 심급으로 남으면서 ‘심각한’ 희극을 구성하는 중요한 사건이기도 하다. 정치적 성향이 좌익인 아비, 자신의 윤리적, 정치적 신념을 지지해 준 아내에 대한 감사와 우정, ‘베이루트의 도살자’인 이스라엘 전쟁영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가져다 준 강박과 공포, 레비나스가 타인의 ‘얼굴’이라 부른 것, 우리와 유사한 타자, 실례와 허락, 혼란스러움과 정신적 충격, 연설과 수사, 이혼과 망각, 얼굴을 붉히는 것, 예외적인 것, 영토와 점령, 이 모든 감정(들)의 계기는 법과 종교의 안-밖의 조건적 거래와 교환 가능하고 제도화된, 이른바 ‘자가면역성’(데리다)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경험적이고 이상적인 역사기억을 다시 소환한다. 그것은 시오니스트 근본주의의 심리적 기제인 폭력과 참회, 용서와 화해 가능한 것들을 어떤 역사적 생태학으로 환원해버린다.

자유의지로서의 수행적 독백, 혹은 자기 고백. 아비 모그라비식 허구의 드라마투르기와 시네마 베리테식 기록과 인터뷰 방식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억(들)을 불러 일으키고, 이것은 하나의 신화, 즉 이스라엘 국가와 ‘나’의 일상적인 삶에서 발견되는 사소한 현상과 이데올로기, 낭만적 파토스의 체계를 보여준다. 1996년, 우익 정당인 리쿠드당 선거 캠페인의 중심 인물인 샤론과 극히 개인사인 파국의 결혼생활에 대한 자기 고백은 끝내 제어할 수 없는 광기의 몸짓으로 남는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인 서부 지중해 도시 바트얌의 해변은 리쿠드당의 네탄야후와 샤론을 지지하는 시오니스트 락 밴드의 선거 캠페인이 한창이고, 아비는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무대극에 동참한다. 마치 이 모든 감정(들)이 미친 짓이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이. 이스라엘 현대사에 관한 심리학적 지형학이자, 아비 모그라비의 아이러니한 세계. [이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