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된 사회의 외면을 만드는 노동자만큼 개발에 직접적, 물리적으로 참여하지만, 그 가치가 비가시적인 존재가 있을까. 이 작품은 매일 어디선가는 진행 중인 공사의 현장 안 일용직 근로자를 왕이 왕 답게 보이도록 하는 일을 하지만 존재감과 발언권을 갖지 못한 한 설화 속 인물에 비유한다. 철근 숲 안에서 개인보다는 노동의 한 부분으로 존재할 때의 감상에서 감독은 복두장이 느꼈을 비존재감을 떠올렸을 것이다. 철근 빔에 걸어놓은 작업용 장갑과 헬멧으로 존재하는 노동자의 숨 쉬는 모습을 보여주며 작품은 복두장, 또는 노동자 개인의 내면의 억압에 주목한다. 대나무숲에서 한 개인이 아닌 ‘발언’으로 영원히 존재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억압에서 풀려날 수 있었던 복두장은 억압받는 노동자에 대한 상징이자 연대한 그들의 목소리가 가지는 꺾을 수 없는 힘에 대한 역설이다. 그 단상을 군더더기 없이 감각적으로 함축한 이 작품은 왜 유사한 설화가 수많은 버전으로 전해지는지, 설화 속 왕들은 왜 큰 귀를 갖고 감추기 위해 노심초사했는지 곱씹을 여지를 남긴다. [설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