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상가가 들어선 도시의 뒤편에서 행상인을 추적한다. 매일 기차에 몸을 싣고 기차와 함께 달리지만, 그들의 삶은 제자리다. 오래전 직업소개소에 등록했으나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행상인은 답장 없는 관련 기관에 자신의 처지를 알리는 편지를 계속 보내며 울분을 삼킨다. 미성년자임에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행상인 소년들은 미래를 생각할 여유 따위 기대하지도 않는다. 행상인을 위한 정치/운동 조직이 함께 하자고 설득하지만, 그것은 참여하는 날만큼의 굶주림을 의미한다. 인도 행상인의 삶이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그 삶이 가진 굴레를 어떻게 끝낼 수 있을지 모르는 채, 내일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없는 가난한 자들이 자기 몸을 상점이자 운송수단 삼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생필품, 액세서리, 식료품, 약품, 책, 노래집, 공연 관람의 즐거움까지 정말 온갖 것을 판다. 행상인은 기차에 오른 사람에게 거의 모든 시장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장이 가난의 순환을 반복하고 있으나 국가의 구조적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마이클 잭슨 사진에 기도 올리는 마술사의 공연에는 그 노동을 박수하고 삶을 지탱해줄 무대가 필요한데, 그 무대를 만들 손은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가? [채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