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두 축으로 진행된다. 한 축은 영안실을 연상시키는 흰 천이 덧씌워진 하얀 공간에 식물들이 놓이고 이들이 부패하는 과정을 기록한다. 다른 한 축은 사망 후 육체가 부패하는 아홉 단계를 그린 일본 구상도를 직접 보려는 감독에게 죽음을 연구하는 한 일본 연구자가 보내오는 편지이다. 영화는 구상도를 직접 보고자 하는 것에서 점점 멀어지는 반면, 영화 자체가 식물들의 죽음을 단계별로 목도하는 구상도가 된다. 〈구상도〉가 존재와 죽음과 수행을 이어내듯, ‘식물 구상도’가 된 영화 역시 죽음과 부패를 삶과 생기와 이어내어 썩어가는 식물의 기운이 살아있는 것 못지않게 씩씩하게 뻗어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물들이 썩어가면서 번성하는 곰팡이와 살아나는 초파리는 죽음을 통해 존재를, 존재를 통해 죽음을 마주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