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수
World Premiere
주인공은 그의 뼈를 찾는다. 존재는 살이 아닌 뼈라는 믿음에서다. 주인공은 읊조린다. “남들이 당신의 영화를 사랑하는 것처럼 저도 당신의 영화를 사랑하고 싶었지만, 언어가 우리를 갈라놓았어요. 우리는 언어의 희생양이 되어 서로 헛고생을 한 건가요?” 그는 대답이 없다. 주인공은 솔직하지만 부끄러워서 감히 물어보지 못한 것들을 묻는다. 그는 대답이 없다.
<고다르>는 인습타파의 혁신가였던 장-뤽 고다르에게 보내는 질문의 형식을 취한다. 구조적으로는, 1인칭 화자가 화두로 삼은 고다르의 영화들과 질문, 해안가의 퇴적층 바위, 절벽, 바다, 파도, 식물 등을 촬영한 풍경 쇼트 그리고 고다르를 해명하기 위한 책들, 텍스트의 교차가 뼈대를 이룬다. ‘언어의 세계와 비 언어의 세계’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이 말은 언어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언어로 말할 수밖에 없는 모순을 ‘불가능한 영화’를 통해 보여준 고다르의 행적을 요약한다. <언어와의 작별>(2014), <이미지 북>(2018), <필름 소셜리즘>(2010), <비브르 사 비>(1962),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1980), <아워 뮤직>(2004), <사랑의 찬가>(2001)가 순서대로 제시되면서 각 영화에서 파생한 의문과 질문이 제시된다. 김응수 감독은 기존의 형식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고다르 스타일을 빌어 몽타주, 텍스트와 이미지의 조합, 컬러의 전환을 주되게 사용한다. <고다르>는 영화에서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이 거인이 불가능한 영화를 상상하는 화자에게 남긴 메시지이다. 올해 ‘에세이’ 섹션에서 상영하는 고다르의 마지막 영화 <결코 존재하지 않을 영화의 예고편>과 함께 보기를 권한다.
김응수KIM Eungsu
1966년 한국에서 태어났다. 1996년 극영화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를 시작으로, 2007년 다큐멘터리 〈과거는 낯선 나라다〉, 2023년 에세이영화 〈고다르〉 등 24편의 영화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