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준식
World Premiere
국가의 일방적인 이주명령에 수십 년 지켜온 땅을 떠나게 된 사람들이 살았던 곳, 지역을 먹여 살린다는 큰 자동차 공장에서 한 순간에 이천 명이 넘는 노동자를 공장 밖으로 쫓아내고 그들의 죽음을 외면했던 곳, 평택. 제대로 된 이유도 모른 채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린 아이들이 살았던 곳, 안산. 그리고 여전히 두 촌구석에서 살아가는, 혹은 살아남은 사람들.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관찰이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감독은 현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러다 어떤 장면들을 선택해서 촬영하고, 촬영된 화면들을 다시 직조하면서 진실에 가까이 간다. 늘 한 걸음 뒤에 관찰자이던 감독은 자신의 가장 가까운 이였던 아내를 잃고 당사자가 된다. 현장은 다르게 보이고, 화면들은 또다른 진실을 향한다.
살던 땅에서 내쫓긴 사람들,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내몰린 사람들, 그 과정에서 회복할 수 없는 관계의 단절을 겪은 이들. 그리고 지켜주었어야 할 아이들을 잃어버리고만, ‘실패’한 어른들. 대추리에서,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반복되었던 추방은 단원고 교실에서 다시 한 번 재현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지워버리는 데만 온 힘을 다하는 것도 닮아있다. 우리 사회에 위로라는 말이 남아있기는 한 걸까? 죽음을 추모하는 일마저도 효율이라는 말에 밀려버린다. <촌구석>은 감독이 바라보는 실패한 세상의 한 단면이자, 다시 살아가기 위해 누군가를 용서할 수밖에 없고 또 용서를 구하는 남겨진 자들의 슬픈 고백이다. [지민]
태준식TAE Junseek
1971년 강원도 춘천 출생. 〈참 괜찮은 동네〉(2023).
Contribution / World Sales Tae Jun-seek
E-mail raul.ta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