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장 앨범의 성공으로 스타가 된 미국 인디밴드 ‘더 내셔널’의 리드싱어 맷 버닌저는 세계 순회공연을 앞두고 동생 톰 버닌저를 밴드 보조매니저로 고용한다. 호러영화와 액션영화 마니아이자 몇 편의 단편 호러영화를 만든 경험이 있는 톰은 카메라를 메고서 그들을 따라다니며 파리, 런던, 바르샤바로 이어지는 콘서트의 무대 뒤를 기록한다. ‘Mr. November’가 2008년 오바마 선거 캠페인송으로 채택되고, 더 내셔널은 오바마 연설 현장에서 공연함으로써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9살 터울의 큰형 맷이 어린 시절 톰을 공포영화 마니아의 길로 안내했지만, 이후 둘은 취향이 갈려서 형은 모던록을, 동생은 헤비메탈에 빠진다. 다큐멘터리를 찍고야 말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없었지만 톰은 형과 다른 4명의 멤버들을 따라다니며 즉흥적으로 인터뷰를 한다. 형을 제외한 멤버들이 각기 두 커플의 형제로 구성된 점에 집중하여, 톰은 혼자만 형제 없이 밴드 활동을 하는 형의 심정을 캐내거나, 다른 밴드 멤버들에게 엉뚱한 질문을 함으로써 형의 심기를 건드린다. 결국 맷은 폭발하여 톰을 해고하고, 톰은 고향 부모님 집으로 돌아간다. 그는 200시간이 넘는 촬영분을 보며 뭘 해야 할지 망설이는데, 영화는 극적 전환을 이루어 동생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맷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전혀 다른 성격의 두 형제가 동행하면서 시작된 이야기로, 감독은 정말로 순수하게 시간 순으로 사건을 따라 카메라에 현실의 조각들을 담아나간다. 엉뚱하고 게으른 아이 같은 젊은 남자와, 성공의 길로 진입하여 팬과 미디어의 관심을 늘 대동하고 다니는 록스타의 삐걱거리는 조합이 묘한 유머를 촉발한다. 록스타가 주인공이지만 이 영화는 ‘록다큐’가 아니다. 영화에서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 거대한 인파 앞에서 열광적으로 헤드뱅잉을 하고 샤우팅을 해대는 사람은 없다. 온몸을 둘러싼 전율하는 음악도 없고, 왁자지껄한 파티도 없다. 영화는 정직하고 소박하게 서먹했던 형제 간의 우애에 집중한다. 그리고 한 사람의 덕후가 장편 데뷔작을 완성하는 기특한 과정을 응원하면서 바라보게 한다. 세계적인 밴드 ‘더 내셔널’의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