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의 <킹즈 바디>는 포르투칼의 초대 왕 엔히케스에 관한 영화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국의 왕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이 흥미를 끄는 것은 이 영화가 선택한 독특한 형식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그린 스크린 앞에 근육질의 남자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남자들은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속해 있으며, 그들의 직업 또한 매우 다채롭다. 알몸에 가까운 상태로 남자들이 엔히케스 왕의 전설과 관련된 내용을 낭독하는 동안 그들의 뒤에 놓인 그린 스크린 위에는 엔히케스 왕과 관련된 영상들이 합성되어 나타난다. 이제까지 엔히케스 왕의 이야기는 통치자들이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 과정에서 엔히케스 왕의 전설은 통치자들의 의도에 맞게 재가공 되곤 했다. <킹즈 바디 >는 이처럼 왜곡되고 과장된 전설의 진위를 냉정한 시선으로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감추어지고 부풀려진 진실이 벌거숭이의 상태로 드러나게 된다. (김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