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떻게 아버지에 대한 근심을 멈추고 스스로를 걱정하게 되었는가. 현란한 솜씨로 기타연주에 몰두하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어떤 재즈 기타리스트>는 그 남자, 그러니까 한 때는 피지의 ‘지미 헨드릭스’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누리던 천재 기타리스트였던 아버지에 대한 헌사를 그린다. 현실 앞에 잠시 꿈을 접었지만 결코 포기한 적은 없었던 아버지의 예술가로서의 열정과 고집을 이야기하던 영화는 하지만 어느 순간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그의 아들이자 영화를 찍고 있는 연출자이며 내레이터이기도 한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의 반추와 자기반성, 영화학도로서의 자기고백 같은 것으로 서서히 흘러가기 시작한다. 블루스크린 앞에 앉아 스스로의 현란한 연주에 몰두하는 아버지의 모습 위로 감독의 내레이션이 자막으로 흐르는 독특한 형식과 유머러스하면서도 엉뚱한 내레이션이 돋보이는 영화는 재즈와 일렉트로닉처럼 전혀 다른 취향을 지닌 아버지와 아들이자 이미 좌절을 맛보았지만 여전히 꿈을 꾸고 있거나 꿈을 향해 이제 막 발을 내딛고 있는 서로 다른 두 예술가의 내적 충돌과 투쟁을 경쾌하고 밀도 깊게 그려간다. (모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