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런 모한 그레이
AIDS는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 했다. 성적 일탈이 불러 온 재앙이라고 멀리 했으며 따라서 신의 징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AIDS의 진실이 아니라 이미지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 병의 진실을 아는 게 아니라 그 병에 대한 오해와 소문만 알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진실의 핵심은 바로, 사실 후천성면역결핍증이 고칠 수 있는 병이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약만 먹으면 된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약값이다. 독점권을 가진 파이자는 매년 치료제의 값을 올려왔다. 따라서 부유한 사람은 약을 먹고 치료에 임하며 생존해 나간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가난한 사람들은 약이 있지만 도저히 써보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심각한 것은 이 가난한 투병자들이 대부분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가난한 국가들에 모여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90퍼센트가 이곳에 있지만 소모되는 약은 겨우 1퍼센트에 불과하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디푸루칸 의 카피약 (generic drug)을 만들어 팔면 약 70분의 1 가격으로 약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익만을 챙기는 제약회사들은 카피약의 제조 및 유통을 방해한다. 그들에게는 비싼 약을 사주는 명품 환자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많이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피 속의 혈투>는 이들에게 카피 약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약 회사의 이익을 위해 약값을 올리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 공룡처럼 덩치가 큰 미국의 제약 회사는 정치적 수단을 앞세워 카피 약 생산을 막고 있다. 범국가적 윤리 차원에서 여러 번 시도 되기는 하지만 기업 앞에서 국제법의 윤리는 너무도 허약하다. 영화는 구체적인 사례와 기사, 사람들의 입장을 보여줌으로써 다큐멘터리 영화가 해야 할 기록과 고발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병이 있는 곳에, 약이 없고, 약이 있는 곳에는 병이 없다.”고 말이다. (강유정)
딜런 모한 그레이Dylan Mohan GRAY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영화 작업을 해왔으며, 명망 있는 감독들과 긴밀한 협업을 해왔다. 2005년 제작사 스파크워터 인디아를 설립하였으며, 현재 뭄바이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 다. 영화 <피 속의 혈투>는 감독이자 작가로써의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이다. Fire in the Blood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