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키우던 동물을 죽여 그 고기를 먹고, 심지어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사람들을 본다면 우리는 그들을 쉽게 비인륜적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먹고 사는 직업의 문제라면 어떨까. <신성돼지>는 인간의 먹거리나 의료적인 실험의 수단으로 희생되는 돼지와, 직업상 키우던 돼지를 죽일 수밖에 없는 정육업자 사이를 오가며 보는 이의 선택을 묻는 영화다. 정육업자가 정성껏 키운 돼지 ‘도루스’를 도살장으로 보낼지 말지 고민하는 동안, 영화는 돼지에 대한 다양한 신념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종교적인 신념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 ‘돼지들의 약속의 땅’이라고 하는, 돼지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곳에서 돼지를 돌보는 사람, 키우던 돼지를 잡아먹고 파는 것은 저열한 짓이라고 비난하는 사람, 당뇨병 치료를 위해 돼지를 연구하는 사람들……. 이들 중 그 누구에게도 쉽게 도덕이나 윤리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 다소 충격적인 결말과 그 충격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태연한 영화 속 인물들 사이에서 당신은 어쩌면 조금, 당혹스러울지 모르겠다. (김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