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질주하는 10대 소년의 모습은 현대 미국사회를 표상하는 하나의 클리셰가 된 듯하다. 여기에 강렬한 사운드의 펑크록이 더해지면 금상첨화. 구스 반 산트의 <파라노이드 파크>와 래리 클락의 <와썹 락커스>에 등장하는 10대 스케이트 보더들은 성장통, 해체된 가족, 계급과 인종문제로 고통 받는 청춘의 초상을 고스란히 반영 하고 있었다. <드래곤슬레이어>의 주인공 조쉬는 그러한 성장과정을 지나 20대로 들어선 인물이다. 그리고 이제 그에게는 돌봐야 할 아기와 새로 관계를 시작한 여자친구가 있다. 질주하거나 취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조쉬의 하루하루. 소제목을 가진 11개의 단락으로 구분된 영화는 조쉬의 이러한 불안감을 온몸으로 표현해내겠다는 듯이, 공중을 유영하는 스케이트보드의 이미지와 마리화나, 알코올의 조합이 빚어낸 불가사의 한 기운으로 어지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빗장 풀린 주인공의 영혼을 좇는 영상은 애잔하고도 기묘한 서정성을 띠며, 쇠락의 기운이 완연한 미국서부지역을 횡단하는 조쉬와 그의 여자친구 레슬리의 여정 역시 지극히 몽환적이다. 질주하는 보드의 ‘하이’된 상태를 포착하는 카메라의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움직임, 그리고 정서를 고양시키는 인디 펑크 음악의 적절한 사용은 이 영화의 불가사의한 매력을 한층 배가 시킨다. (김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