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혹한 세상은 항상 사람들의 의기를 일깨우고 흩어진 개인들을 연대의 장으로 소집한다. 그리고 거기서 발하는 빛은 미망을 사르는 희망의 불씨가 된다. 여기 한국을 대표하는 아홉명의 독립영화 감독들이 시대의 부름에 응했다. 소집된 공간은 제주도 강정(江汀). 해군기지 건설로인해 콘크리트에 묻힐 운명에 처한 강정마을의 아름다운 바닷가는 이 아홉감독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각각의 개성넘치는 응원가를 만들어 냈다. 은 바로 이 아홉편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다. 그리고 영화는 사회참여적 감독들의 강한 주장들을 담은 연대사(辭) 이상의 성취를 이루어 낸다. 90년대 중반 노동법 개정으로 말미암아 노동자들의 전국적 총파업이 이루어질 때, 한국의 다큐멘터리 작가와 단체들은 <총파업 투쟁속보>를 함께 제작함으로써 나름의 사회적 소명을 다하고자 했다. 그로부터 15년 가량이 흐른 현재, 은 협업 프로젝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감독들은 응시와 참여, 숙고와 발랄, 도발과 경청 사이들을 오가며 강정마을이 처한 상황과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그 관계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잡아냄으로써 하나의 커다란 입체화를 그려낸다. 개성을 살리되 전체의 형상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목적의식과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동시에 성취했다는 뜻이다. 강정에서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벌였던 양윤모의 말처럼“, 평범한 바다 속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이, 그리고 깊은 사랑의 소리”가 관객들의 가슴속까지 닿을 것이다. (강석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