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다큐>는 거대 담론 소재 일색인 한국 다큐멘터리 진영에 자그마한 충격을 준다. 술자리에서 오가는 대화를 몇 개의 단락으로 포착한 이 영화에서 궁금한 것은 과연 모든 것이 연출 없이 이뤄졌을까, 라는 의심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보는 이를 단번에 설득시키는 흡입력이 있다. 술은 반항의 표시이고 소통의 매개이며 흥을 돋우는 자극제이고 감상적으로 만드는 회한의 재료이다. 영화 속 단락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관계를 관찰하며 술을 중심에 놓는데 술자리 특유의 생생함을 훼손하지 않고 포착한다. 어떤 특정한 결론을 끌어내지는 않으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매력 있다.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일상적으로 털어놓지 않는 감정을 드러낸다. 그것도 적당히 술에 취했을 때. 한국적인 의사소통 방식인 술자리 대화의 광경들을 포착하면서 흔히 소모적으로 여겨지기 쉬운 술자리 관행을 긍정적인 관계의장으로 보는 것이 흥미롭다. 갈등과 충돌의 술자리 현장보다는 공감과 나눔의 현장으로 술자리를 포착한 것에서 감독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통해 나누는 긍정적 에너지가 유쾌하게 관객에게 다가오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해주는 정서의 결이 단조롭다는 느낌도 준다. 일부 단락에서 드러나는 출연자들의 희미한 충돌의 기운이 좀 더 세게 포착됐더라면 한국적 술자리의 양면성이 복합적으로 드러났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자리다큐>는 미시적으로 접근해 단순하지 않은 감흥을 이끌어 내는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다.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