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고창위 감독은 <최애>라는 영화에 참여할 HIV 감염자를 공개적으로 모집한 후, 배우 또는 스태프로 참여한 6명의 HIV 감염자와 함께 영화를 촬영한다. 자오 리앙 감독의 <투게더>는 그 과정을 기록한 영화다. 두 감독의 공동 작업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사이의 관계에 대한 흥미롭고 바람직한 사례의 하나를 보여준다. 6명의 참여자 중 <투게더>에서 얼굴과 신분을 드러낸 사람은 3명이다. 아역 배우로 참여한 소년, 그 소년의 보호자인 여성, 그리고 엑스트라이자 조명스텝으로 참여한 한 남자. 영화 촬영 도중 피부 발진이 생겨 촬영현장에서 먼저 떠나게 된 그 남자는“이곳에서 줄곧 행복했다”는 작별 인사를 남기고, 결국 감독에게 “좀 더 관대한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자신의 얼굴을 가리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게 된다. 감염사실을 알게 된 후 아내와 이혼하고 절에 들어가 은둔 생활을 하던 남자, 인터넷을 통해 ‘Down and Out’이라는 닉네임을 통해서만 세상과 접촉하던 이 남자가 세상을 향해 자신의 신분과 얼굴을 공개할 용기를 갖게 된 것은, 이 ‘과정의 영화’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카메라의 영화 - 행위를 통해 진실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시네마-베리테’ 정신의 핵심이라면, <투게더>(그리고 이 영화의 분신인 <최애>)야 말로 진정한 ‘시네마-베리테’의 후예이자 ‘과정의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변성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