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감독과 배우로 만난 히라노와 유미카의 14년에 걸친 사랑과 이별에 대한 기록. 연인 사이인 히라노와 유미카는 1996년 40일 간의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유미카는 여행 내내 지쳐있었고, 그녀의 분투와 그들의 힘겨운 싸움을 카메라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던 감독에게 유미카는 ‘실격 감독 ’이라고 부른다. 아무튼 두 사람의 여행기록은 1999년 <유미카>라는 극장용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성공을 거둔다. 그 후 두사람은 멀어졌고, 감독으로서 지지부진하게 활동하던 히라노는 다시 유미카를 만나 의기투합하고자 한다. 유미카의 생일날, 영화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그녀의 집에 찾아간 히라노는 일생일대의 비극적 사건에 맞닥뜨린다. 유미카는 자택에서 숨져있었고, 녹화버튼이 켜져 있던 카메라를 통해 우리는 숨죽이고 그 현장을 지켜보게 된다. 다시 때는 2005년. 5년간 유미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던, 어느덧 초라한 중년남성이 되어버린 히라노에게 현장 테이프를 절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던 유미카의 어머니가 손을 내민다. 의문의 죽음에 대한 의혹, 사랑을 잃은 엄청난 슬픔, 죽음을 기록했다는 죄책감, 이 모든 고통을 극복하는 길은 다시 그녀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일. 실제 육체적으로도 큰 고통을 체험하고 있는 감독은 클로즈업 된 그녀의 해맑은 얼굴을 통해 슬픔과 좌절을 조금씩 치유해 나간다. 다큐멘터리는 은밀한 개인에 대한 기록이자 아픔을 달래주는 치유의 매개체가 되었다. 카메라와 대상과 주체, 그리고 관객이 밀착되어 하나가 되는 흥미로운 경험의 사적 다큐멘터리이다. (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