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필리핀 파나이섬과 네그로스섬 지역을 무대로하여 펼쳐지는, 매우 매혹적이면서 동시에 급진적인 ‘에스노-픽션ethno-fiction’이다. 주인공 사라는, “파나이 섬 귐발 지역에서 사채 수금원으로서의 마지막 하루를 보내고, 꿈속에서 본 연인을 찾아 네그로스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 기본 설정 이외에는 사전 대본이 주어지지 않은 채, 사라 (정확하게는 사라역을 맡은 배우)는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한다. 카메라는 그녀의 여정을 쫓아 다양한 사람과 풍경을 담아낸다. 이 ‘현재의 이미지’위에 (때로는 그 이미지들 사이에), 다양한 출처를 갖는 ‘과거의 이야기’가 자막과 내레이션 그리고 노래를 통해 펼쳐진다. 과거의 이야기는, 때론 미국 점령에 대항한 투쟁의 역사이고, 때론 지역에 전승되어 오는 전설(또는 서사시)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현재의 이미지와 과거 이야기의 창조적 결합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혁명을 꿈꾸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가령,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미지는, 한때 그곳을 게릴라의 훈련장으로 사용했던 어떤 혁명가의 이야기와 결합된다. 그때 ‘노동의 도구’인 칼은 ‘전사의 무기’로 변신한다. 과거의 기억이 아닌 현재의 기억의 대항-기억 만들기, 이것이 이 영화의 정치적 급진성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거꾸로 읽혀야 한다. ‘혁명은 노래 속의 후렴처럼 발생한다.’ 그 혁명의 꿈의 주인공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것, 그것 또한 이 영화가 품고 있는 급진성의 징표일 것이다. (변성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