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롭고 안정된 중산층의 삶을 영유하던 스칸디나비아인 군나르. 그의 자아 찾기 혹은 세상에 대한 감각 회복 여정은 오늘도 계속된다. ‘바깥’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변화 없는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이 중년 남성의 세상은 그저 공허함과 권태의 연속일 뿐이다. 2003년 영화 <군나르, 평안함을 찾아가다 Gunnar Goes Comfortable>에서 신들의 나라 인도를 여행하며 삶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했던 군나르. 이번에는 이집트 카이로 근방 사하라 사막에 위치한 기독교 최고(最古) 수도원으로 떠나 삶의 충만함을 구하려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신과 종교의 문제, 죽음, 상실, 소멸에 대한 두려움과 대면하며 인생에 대한 감각을 회복한다. 문제는 오리엔탈리즘의 그림자. 세상 너머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보편적이다. 인간은 누구나 내가 속한 세상 ‘밖’을 동경하고 현실이 고단할수록 그 동경은 더욱 절실해지는 법. 세상 너머가 지닌 불가해함, 원시적이고 신비한 이미지, 그리고 쉽게 포착되지 않는 진리들은 그런 환상과 기대를 강화시킨다. 하여,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공허함에 냉장고를 열어보고, 한 장의 수도사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이집트까지 달려가는 이 아저씨의 절박함에 대해 너무 가혹하지는 말자. 군나르와 동료들이 그 여정을 통해 깨달은 삶의 의미와 긍정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니까. (김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