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여행>은 DMZ 안에서부터 시작해 고산습지와 계곡을 거쳐 북한강으로, 물길의 발원에서부터 대하(大河)에 이르기까지 한강수계를 따라 서식하는 다양한 생명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나라 수생식물의 보고인 우포늪이 덤으로 따라온다. 무기물이 부족한 찬물에 서식하며 곤충을 잡아먹어 영양분을 섭취하는 끈끈이, 이제껏 한국에서 그 생태가 관찰된 적이 없는 물벌, 그리고 다른 곤충에 기생하며 숙주를 자살로 이끄는 연가시 등 평소 쉽게 보지 못하는 수생생물들의 신기한 모습들이 영화 속에 담겨있다. 카메라 무빙이 가미된 저속촬영 등 정교한 기교와 뛰어난 프레이밍으로 포착해낸 동물들의 모습은 북한강 유역의 흰 하루살이 대발생 장면에서 정점에 이르는데, 흰 눈이 내리듯 밤하늘을 수놓은 수백만 마리 하루살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영화의 말미에 감독은 이야기한다. “끊임없이 흘러야 하는 물. 우리는 흐르는 물을 바꿀 수 없다. 흐르는 물은 생명을 낳고, 그 잉태가 우리의 근원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물의 흐름을 가로막고 뒤바꾸고 나아가 거스르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 숱한 생명체들의 존엄 앞에서 고개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강석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