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코끼리, 에코>는 지난 2009년 65살의 나이로 생애를 마감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코끼리 에코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다. 동시에 이 영화는 지난 40년 동안 지척에서 에코와 일생을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한 회고록이기도 하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 위대한 어머니이자 현명한 지도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동물의 세계에 대해 다시 한번 경외의 눈을 뜨게된다. 지난 20년 전 BBC 내추럴 월드팀은 1970년대 이후 줄곧 코끼리 생태를 연구하던 동물학자 신시아를 통해 에코를 처음 만나게 된다. BBC를 통해 사람들에게 처음 소개된 후 전 세계에서 수백만의 시청자들이 에코와 그녀가 이끄는 코끼리 무리를 지켜봤다. 사람들은 그녀를 통해 코끼리들의 생존 전략과 리더십을 알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만의 사랑과 예지, 지혜 등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인간 이외의 동물들에게서 기대하지 않았던 덕목들이다. 그런데 반세기에 가까운 기간 동안 여덟 식구에서 시작해 마흔에 가까운 대가족을 이끌었던 위대한 지도자는 지금 가고 없다. 남아있는 후손들은 그녀의 가르침을 기억해 새로운 세대를 만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기억하는 것이 비단 그녀의 자손들만은 아니다. 신시아를 비롯해 에코와 평생을 같이 했던 사람들에게, 그녀는 삶의 동반자였고 즐거움이었으며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오마주를 바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아니한가. (강석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