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를 완벽히 지우는 것이 가능할까. <돌고래 소년>은 사소한 오해로 인해 심한 폭행을 당한 소년이 그로 말미암아 새긴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4년여 간의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자아분리’상태에 빠진 모라드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간다. 아들에게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아주고 싶은 아버지는 아들이 낫기만 한다면 못할 것이 없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선택한 최후의 처방은 ‘돌핀리프’에서 ‘돌고래 치료’를 받는 것. 친교를 맺을 상대를 스스로 고른다는 돌고래에게 정신적인 유대감을 갖게 되는 모라드는 조금씩 세상을 향해 다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개인이 극복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겪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마치 그 자신이 돌고래가 된 듯 바다에 있을 때는 한 없이 행복하지만 인간사회에서 모라드는 과거의 기억을 완전히 지우려 한다. 그러나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부모의 사랑과 ‘돌핀 리프’스탭들의 따뜻한 관심은 모라드에게 차츰 과거의 끔찍한 기억에 대면할 용기를 갖게 한다. 언제고 다시 나타나 끝없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마치 괴물과도 같은 끔찍한 기억의 그림자. 그 그림자는 언제고 다시 드리우겠지만, 다른 사람을 믿는 법, 소통하는 법, 의지하는 법을 다시 배운 모라드는 스스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마음속에 눈물바다가 있는 것 같다”던 모라드가 ‘돌핀리프’를 떠나기 전 터뜨리는 눈물은, 대자연과 사랑이 만들어낸 기적에 다름 아니다. (김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