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 보이지 않는 도시>는 빈틈없이 꽉 짜여진 완료형의 영화라기 보다는 싱가포르를 기록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기록 과정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들은 각각의 방식 - 무성 필름, 사진, 발굴품 등 - 으로 싱가포르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것의 유한성 또한 잘 알기에 자신들의 자료를 보다 지속가능한 형태로 바꿔보려고 노력한다. 예컨대 무성 8mm 카메라로 싱가포르의 20세기 초를 기록했던 노 의학자는 이 필름을 디지털 포맷으로 변환하면서 그의 불완전한 기억을 되살려 코멘터리를 입히고, 젊은 시절 학생 운동가였던 노인은 감춰두었던 사진함을 공개하며 잊혀 진 역사를 되살리고자 애쓴다. 여기에 또 다른 한 명의 기록자로 나선 탄핀핀은 그들의 여정을 또 다른 기록 방식, 즉 디지털 카메라로 담아내 ‘망각과 소멸에 저항하는’ 그녀만의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자 한다. 동시에 아카이브를 지켜온 주인공들의 여정을 통해 아카이브에 관한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역사적 사료로서 아카이브의 가치와 관리, 나아가 그 소유는 개인에게 속하는가 아니면 국가에 귀속되는가, 그리고 개인의 아카이브는 국가기구의 간섭과 통제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 그 대답은 영화 속에서 진행 중이다. 이 영화가 들춰낸 먼지 쌓인 서고에서 나온 개인 소장품들은 영화를 통해 더 이상 개인만의 것이 아닌 집단 기억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