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1989년 중국의 ‘천안문 사태(민주화 운동)’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현재의 중국 인민들이 보이고 있는 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집단 망각에 대한 것이다. 20년이 지난 오늘, 당시의 기록은 오로지 스틸사진으로만 남아있다. 또는, 동영상 기록은 오로지 암전 상태의 소리(총소리, 진압군에 대한 분노의 외침, 그리고 부상자에 대한 간절한 구조의 외침)로만 재현될 수 있다. 천안문 광장의 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인의 기억 속에 각인시킨 유명한 기록사진(진압군의 탱크를 홀로 막아선 채 버티고 있는 한 남자의 이미지)이 있다. 카메라가 이 사진을 들고 거리의 사람들에게 질문을 한다. 돌아오는 것은 사람들의 ‘완강한 침묵과 거부’뿐이다. 젊은이들은 모르고 있거나 알더라도 회피한다. 나이든 할머니의 기억은 왜곡되어 있다. 무지, 무시(회피), 왜곡. 망각의 양상은 이렇게 다양하며, 그렇게 철저하다. 영화는 이 철저한 집단 망각에 맞서는 처절한 저항 행위이고, 그 행위에 대한 기록이다. 사건의 희생자들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다시 찾아 온 천안문 광장에는, 군인과 CCTV, 그리고 관광객들이 있다. 감독-카메라는 그 광장을 배경으로 유명한 탱크 사진을 들어 올려 다시 들여다보거나 바닥에 눕는다(바닥에 놓인 팔). 사람들은 국기 하강식 장면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는다. 밤이 되고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감독-카메라는 광장에 홀로 남아 여전히 어떤 행위를 한다. 이미 잊혀버린 것에 대해 끝까지 ‘잊을 수 없는’이라고 말하는 것, 이것은 하나의 역설이겠지만, 그런만큼 끈질긴 저항이기도 할 것이다. (변성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