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의 침입을 막는다는 명목 하에 거대한 보호 장벽을 쌓기 시작한다. <벽>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갈라놓는 이 차별의 벽에 대해 보여준다. 영화는 콘크리트 벽이 점차 높아져가며 팔레스타인 마을의 풍경을 점점 가려지고 결국 화면이 완전히 암흑으로 덮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는 이 모든 광경을 천천히 따라가며 자신들의 땅에서 쫓겨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여준다. 영화는 장벽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는데, 팔레스타인 주민, 이스라엘 정착주민, 장벽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 구경꾼들, 그리고 이스라엘의 국방장관 인터뷰도 보여준다. 명백한 침략적 행위를 지시·감독하는 그는 “팔레스타인 지역도, 이스라엘 지역도 모두 이스라엘의 것”이라고 말한다. 장벽 건설 현장에서는 헤브루어와 아랍어로 된 기도소리가 전쟁의 논리에 대항하고 귀가 먹먹할 정도의 불도저 소음에도 계속된다. <벽>은 이제는 사라져버릴 장벽 주변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과 주민들의 인간성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유대인이자 아랍인인 감독은 장벽의 양쪽을 오가며 헤브루어와 아랍어로 양쪽의 주민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증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