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는 전 세계 최대 석유자원 보유국이다. 그렇다면 석유수출로 얻는 수익은 모두 어디로 가는가? 중남미 지역의 드라마 형식을 빌린 <붉은 오일>은 차베스 대통령의 사회주의 정책실현에 다국적 석유기업이 이용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1998년에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차베스는 강력한 사회주의 정책으로 국내외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에는 바로 석유산업의 국유화가 있다. 이를 통해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사회주의 정책 주진에 투자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는 석유를 둘러싼 베네수엘라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전개한다. 드라마 작가에서 석유회사 간부가된 마리아넬라의 시각에서, 한 석유회사가 전형적인 다국적 기업에서 차베스대통령의 사회주의 혁명의 자금줄로 변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국영석유기업 뒤에 숨겨진 탐욕과 권력을 탐구하는 것이다. <붉은 오일>은 형식면에서 마리아넬라의 드라마 작가로서의 전적을 영리하게 차용하고 있으며, 카르카스 출신 신예밴드인 ‘라 레돈다’의 음악도 영화에 힘을 실어준다. 또,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을 미국이 장악하던 1920년대부터 석유국영화 계획에 반대한 우파의 2002년 쿠데타, 나라를 거의 마비상태까지 몰고 갔던 석유산업계의 파업, 최근의 부패 스캔들까지 따라가며 석유를 키워드로 한 베네수엘라 역사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