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2. 에코 다큐멘터리: 함께 불화하기
2000년대 이후 본격화된 인류세 논의는 다큐멘터리에도 선명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극심한 기후 위기와 제동되지 않는 개발 속에서 인류는 스스로의 터전을 파괴하는 과오를 반복하고 있다. 환경은 더 이상 보존의 대상도, 인간의 안정적인 거처도 아니다. 이러한 절멸의 위기 속에서, 필연적인 미래로 여겨지는 디스토피아에 저항하며 생태계를 재편하는 다큐멘터리스트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자연을 인간의 대립항 또는 보호해야 하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자연과 함께 불화하기를 선택한다. 그것은 회복할 수 없음을 자인하면서도 생태계 속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상한다. 인간 중심의 수직적 세계관을 재정비하는 일은 오늘날 우리가 돌파해야 할 가장 근원적인 과제다. 올해 영화제는 이러한 실천을 이어온 영화들을 ‘에코 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범주 아래 편성한다. 생태계를 새롭게 감각하고 재서술하려는 몸짓들을 ‘함께 불화하기’라는 통약 불가능한 제목 아래 구성하였다.
이 섹션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2000년대 이후 인류세와 함께 등장한 다큐멘터리들이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도호쿠 3부작을 시작으로, 아피찻퐁 위라세타꾼의 하이브리드 필름 <메콩 호텔>, 니콜라우스 가이어할터와 제임스 베닝의 주요 작업을 편성하였다. 여기에 최근 영화제에서 발굴한 참신한 시선들을 함께 소개한다. 총 15편의 영화는 ‘인간은 어디에 있는가. 카메라는 어디에 위치하는가. 영화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과 긴밀하게 조응하면서,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명, 공존과 불화의 관계를 새롭게 재배치하는 대안적 사유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