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와 다양한 관객들의 접점을 찾기 위해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다큐초이스는 올해 손희정(문화평론가), 원종우(과학과 사람들 대표), 은유(작가) 세 명의 큐레이터를 선정했다. 손희정은 <Out: 이반검열 두 번째 이야기>와 <파리 이즈 버닝>, <폴리티컬 애니멀> 세 작품을 통해 2017년 페미니즘 앞에 놓인 정치세력화와 횡단의 정치라는 과제를 어떻게 이뤄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원종우는 화려한 그래픽과 장대한 스케일로 우주와 생명의 비밀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과학 다큐멘터리에 대한 편견을 깨는 작품 <깡패 같은 제약회사>,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 <멸종을 막아라>를 소개한다. 2년 연속 ‘가장 주목할 만한 올해의 작가’에 꼽힌 바 있는 은유 작가는 여성 노동자의 탄생, 예속에서 자유로 이행하는 싸움, 내가 나로 사는 존재의 회복의 여정을 기록한 세 편의 다큐 <나의 교실>, <외박>, <시 읽는 시간>을 추천한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손희정 (문화평론가)

손희정은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페미니스트. 영화학을 전공했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세계와 문화를 보는 눈을 배웠다. 온오프라인 여기저기에서 만난 이상한 사람들과 함께 조금은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역서로는 『호러영화』, 『사춘기 소년』, 『여성괴물』 등이 있고, 공저로 『다락방에서 타자를 만나다』, 『10대의 섹스, 유쾌한 섹슈얼리티』, 『대한민국 넷페미사』, 『그럼에도 페미니즘』 등이 있다.


추천의 글

2017년, 페미니즘 앞에는 정치세력화와 횡단의 정치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정치세력화란 페미니즘의 목소리가 개인의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집단화되고, 그렇게 세력화되어 현실 제도에 개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세력화는 사람들을 묶어낼 수 있는 어떤 공통적인 정체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하나의 정체성에 정주하는 것은 우리의 활동 반경을 좁히고 가능성을 한정할 뿐이다. 페미니스트들에겐 나의 현실을 조건 짓고 있는 정체성으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소수자 정체성들과 접속하면서 그 경계를 넘는, 확장의 전략이 필요하다. ‘나’의 문제를 기반으로 ‘너’와 만나는 정치. 그것이 횡단의 정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정치세력화와 횡단의 정치를 이뤄나갈 수 있을까? 다큐초이스는 이런 문제의식 아래에서 준비되었다. 특히 “(성소수자 시민권은) 나중에”와 “(군대 내) 동성애에 반대합니다”와 함께 열린 대한민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대통령 시대’의 페미니즘과 퀴어 시민권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

1990년대 뉴퀴어시네마의 장을 연 <파리 이즈 버닝>은 성별이분법적이고 이성애중심적인 사회가 만들어 놓은 언어로는 규정되지 않는 ‘불온한 존재’들을 그린다. <폴리티컬 애니멀>은 레즈비언 정치인들이 퀴어 시민권을 위해 입법 투쟁을 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마지막으로 <Out: 이반검열 두 번째 이야기>는 한국의 10대 레즈비언의 삶을 보여준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성적지향 등의 조항 때문에 지독한 반대에 부딪혔었다. 그러나 그들이 반대한 것은 그저 한 장의 조례가 아니라, 절대로 반대할 수 없는 것인 존재 자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세 작품이 직조해내는 논쟁의 장에서 더 활발한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