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네이팜>과 <네 자매>를 상영하기 위해 클로드 란츠만 감독을 접촉했을 때, 아흔을 넘긴 노장 감독은 갑작스레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먼 나라로의 마지막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이 여행을 통해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영화사 거장과의 만남은 지난 7월 그가 더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면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렇게 그의 신작 <네 자매>는 그의 유작으로 남았다. 1950년대 후반 서유럽 대표단으로 북한을 방문했고, 2015년 다시 한 번 북한을 방문하여 <네이팜>을 만들었던 노감독이 기력이 남아있던 마지막 순간에 다른 반쪽인 한국을 이 영화와 함께 방문하려 한 것에는 쉽게 짐작할 수 없는 큰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2009년 출간된 그의 자서전 『파타고니아의 산토끼』에서 밝혔듯이, 오랜 세월 그의 삶에 오롯이 새겨져있던 북한에 대한 기억과 그가 평생을 바쳐 들려주고자 했던 유대인 대학살의 생존자들과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만나는 자리를 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는 <네이팜>과 <네 자매>를 통해 마련하고자 한다. 17세의 나이에 레지스탕스에 투신해 독일 나치에 맞서 싸웠으며, 강제 수용소 철조망 사이를 유유히 가로지르던 산토끼처럼 자유롭기를 원했던 클로드 란츠만 감독을 추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