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아 대학생 교류상영전으로 시작된 아시아 공동제작 네트워크는 올해 정식으로 ‘아시아청년다큐멘터리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타이난국립예술대, 상하이동제대, 일본영화대학,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과 교수진이 참여해 ‘나는 아시아인이다’라는 주제의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올해 2월과 5월 서울과 대만에서 워크숍도 진행했다. 지역적으로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류가 많지 않았던 아시아 4개국의 공동 제작 프로젝트는 단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라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다시 사유하고자 한다. 다큐멘터리의 제작과정 및 협업과 함께 교수진들이 적극적으로 ‘아시아 다큐란 무엇인가’에 대한 학술적 토론과 담론을 통해 ‘아시아’를 근대적 민족/국가의 틀에서 벗어나는 사유로, 아시아의 현실과 역사, 모순과 가능성을 영상적으로 책임지고 표현하며 교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나는 아시아인이다 I'm A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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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시아 공통현실로 침투하는 청년 다큐 공동제작 프로젝트

다큐의 ‘현실’은 어디에 있는가? 자주 ‘사회적인 것’으로 그 경계가 설정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민족/국가라는 근대적 동질화의 단위로 그려지는 세계다. 자본과 국가, 권력, 노동, 계급, 빈곤, 투쟁, 저항, 역사 등등의 내용들로 구성된 영토다. 다툼의 현장을 찾고, 폭력과 부정을 고발․비판하며, 차별받고 소외된 소수자의 삶을 기록하는 기존 다큐 중 상당수가 이 영역을 지향한다.

최근의 포스트다큐멘터리 경향은 ‘사적인 것’의 현실성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는다. 자기 내면 현실을 성찰적으로 표현하고, 주변 일상생활 현실을 인상적으로 표착하는 흐름이다. 동시에, 일단은 민족/국가를 억압적이고 허구적인 틀로 설정하면서 경계 너머를 (혹은 너머와) 말해보고자 할 터이다. 배제된 바깥을 상상하고, 내외부의 접합관계를 인식하며, 타자를 자기인식 및 대화의 상대로 대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젊은 다큐멘터리스트들 사이에서 아시아라는 시공간과 보다 가깝게 면대하려는 모습은 당연하며 매우 반가운 일이다. 주변국 타자의 차이나는 모습에 관심 갖고, 아시아 공통의 현안을 발견코자 하며, 제 모순 혁파를 위한 지역 각양의 운동 및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많은 이들이 천착한다. 그럼으로써 아시아적 문제현실에 과감하게 가담하고 그 현실변화에 적극적으로 개입코자 한다.

기실, 그 시도는 아시아의 확장된 틀에 비춰 내 문제를 인식하고 ‘우리’의 한계를 조망해 보려는 노력과도 맞닿는다.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내부 현실을 명료히 정리하며, 역사(문제)에 관해 깊은 성찰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를 반사 표면으로 취해보는 것이다. ‘방법론으로서의 아시아’의 다큐적 차용이며, 이를 통한 ‘아시아적인 것’의 발견 시도는 ‘사적인 것’의 표현 노력과 자연스레 결속된다. 변증법적인 조합이다.

대만과 중국, 일본과 한국의 청년 다큐멘터리스트들이 참여한 아시아 다큐멘터리 공동제작은 그 연속선상에 있다. 이 프로젝트는 4개국 다큐 전공 대학(원)생들이 서로 배우고 함께 공부하는 과정으로 짜여있다. 상호 밀접하게 연관된 주제를 발굴하고, 고민의 지점에 관해 서로 긴밀히 토론․협의하며, 이를 공통되면서도 차이나는 4개의 이야기 묶음으로 완결하는 새로운 협업의 네트워크 모색의 체험이다.

급속한 상업화 조건 속에서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예술가의 삶을 쫒는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노동자 연대시위의 의미와 가능성을 짚는다. 피해자․가해자의 역사로 나뉘는 양국의 늙은이와 젊은이가 시골 고택에서 만나 집과 고향, 인생을 논한다. 다국적 관광산업에 포획된 휴양지로 그곳 출신 청년이 친구와 패키지여행을 떠난다. 아시아 공통의, 신자유주의 (탈)현대화 자본국가 사회문화에 관한 비판적 문제의식에서 배양된 이야기 줄기들이다.

각 학교 선생들이 ‘먼저 삶’의 위치에서 프로젝트 지도와 워크숍 진행의 역을 맡았다. 첫 실험이기에 여러 우여곡절과 많은 난관이 있었다.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는지는 오직 관객 제위들께서 판단할 것이다. 다만 프로젝트의 한명인 나는 아시아의 여러 학생들이 만나 진지하게 토론하고 반갑게 사귀며 성실히 작업하는 과정 자체를 이미 높이 평가한다. 내가 아시아와 조우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란 결코 쉬운 프로젝트가 아닌 까닭이다. [전규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