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현장기록] 다큐초이스 with 원종우

2017.09.27

[강의 현장기록] 다큐초이스 with 원종우
과학의 이면, 감정과 이야기를 찾아

  • 일시 : 9.25.(월)
  • 장소 : 메가박스 파주 출판도시 3관
  • 강연자 : 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

원종우 <멸종을 막아라>(Racing Extinction, 2015)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 다큐는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멸종되는 생물들을 담아냅니다. 멸종과 관련된 대표적인 예로 ‘사냥’을 살펴보죠. 어떤 이들에게 ‘사냥’은 삶을 영위하는 생존의 수단이지만 누군가에겐 단지 레저의 수단일 뿐입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개인의 즐거움이 대량 학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는 목도했습니다. 이뿐인가요. 이산화탄소 등 기후변화 등 굉장히 다양한 측면 속에서 생물들은 멸종해 갑니다. 그 여러 가지 측면들을 이 영화는 잘 담아냈으며 멸종해가는 생명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관객 스스로 느끼게 하며 생물의 멸종에 대한 위기감을 전달합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생물을 키워봤을 겁니다. 거북이가 됐던 개가 됐던 때론 식물을 키우기도 해보셨죠? 그 생물들은 대개 우리보다 일찍 죽습니다. 그랬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아마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은 이런 감정을 우리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공룡이 멸종한 건 다 아시죠? 공룡의 멸종과 더불어 그간 지구가 겪어온 멸종들을 우리가 안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굉장히 짧은 시간을 살아가기 때문에 한 생물들의 탄생과 멸종을 다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공룡의 멸종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굉장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습니다. 공룡 멸종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20년 전 부터 한 가지 원인으로 좁혀졌습니다. 바로 지금 사진에서 보시듯 뭔가가 떨어졌기 때문인데요. 지름 10km정도의 소행성이 약 6600만 년 전에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라는 곳(플로리다에서 서남쪽으로 있는 지역)에 떨어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육상 생물의 굉장히 많은 개체수가 사라졌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6600만 년이란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입니까. 저 충돌로 인한 크레이터가 바다에 잠겼고 그 후에 숲이 생겨나고 풍화작용이 일어나면서 저걸 다 덮었었어요. 그랬다가 비로소 수십 년 전부터 저것들이 발견되기 시작하며 ‘대멸종’이라 사건을 알게 된 것입니다.

사실 저런 운석구들은 지구에 꽤 많습니다. 여기는 제가 직접 갔던 곳이에요.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배링거 운석구라는 것인데 불과 5만 년 전에 형성됐습니다. 물론 아주 크진 않아요. 끝에서 끝까지 한 1km 정도, 아까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소행성보다 작지만 애리조나 사막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잘 보전되어 있지요. 그리고 또 다음 페이지를 보시면 이것도 얼마 전에 찾은 겁니다. 사람들은 상당부분 이것들이 호수라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비로소 인간이 하늘로 올라가게 되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니 이것이 굉장히 큰 크기의 운석 구덩이란 것을 알게 되었죠. 사실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아주 조금만 비껴갔어도 지금 우리는 없습니다. 왜나하면 저때 공룡이 멸종하면서 비로소 작은 포유류들이 포식자의 위협에서 벗어나 번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 친구들이 우리의 직계 조상들이에요. 어떻게 보면 저 케이티 멸종의 경우에는 사람에게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제 멸종이라는 것이 어떠게 일어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공료의 멸종이라고 하면 보통 이런 걸 상상합니다. 공룡이 저렇게 있고요 거대한 소행성이 떨어지고 공룡들은 도망가기 바쁩니다. 그리고 불이 나면서 멸종됐다고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런데 실제로 멸종은 저런 식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소행성과 충돌해서 그 충격으로 죽는 동물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바로 기후의 변화입니다. 소행성이 떨어지면 일단 대단한 폭발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충격파로 주변에 웬만한 생물들을 다 죽게 되지요. 그렇지만 지름 10km의 소행성은 지구를 다 파괴하고 생명을 불태워 죽일 정도로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고온으로 폭발한 잔해들과 먼지들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성층권까지 올라간 잔해와 먼지들이 지구를 덮게 되면서 지구는 핵 겨울(핵 전쟁이 일어난 뒤에 계속된다는 어둡고 긴 겨울 상태)을 경험하게 됩니다. 물론 진짜 핵 겨울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상태로 햇빛이 차단돼 급격한 기온의 하락과 상승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곳에 사는 생명체들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급진적인 이상 기온이 수십 년 혹은 수천 년 동안 이어지면서 멸종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다섯 번의 멸종을 겪었다고 합니다. 공룡의 멸종이 중요한 사건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고생물학자들은 페름기(고생대 6기 중 마지막기로, 2억 7000만 년 전부터 2억 3000만 년 전까지의 지질시대를 말한다) 멸종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왜냐하면 이때 가장 많은 생명이 죽었기 때문이죠. 페름기 멸종 다음에 트라이아스기 멸종이 2억 5밴만 년 전 그리고 공룡이 멸종한 K-T 멸종, 백악기 말 멸종이 6천 6백만 년 전 쯤에 다섯 번 정도가 있었고 이때 종의 80%가 사라지는 엄청난 변화들을 겪었습니다.

사실 멸종은 늘 일어납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옛날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항상 사라지는 종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죠. 진화라는 것은 자연 선택이고 그 자연 선택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시점 걱정하는 것은 우리가 바로 여섯 번째 멸종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 제가 키우는 강아지 종이 멸종한다거나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원래 멸종이라는 것은 수백 년이 아니라 수십만 년에 걸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제 우리 지구의 나이가 46억 년이나 되기 때문에 46억년에서 뭐 10만 년 100만 년은 사실 긴 시간이 아니거든요. 실제로 멸종은 그런 기간 동안 일어나지만 지금 우리는 밴년단위 십년단위로 종들을 멸종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이 상황을 ‘인류세’. 즉 인류가 지배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의 여섯 번째 멸종이 지금 일어나고 있으며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멸종은 항상 일어나지만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멸종의 속도와 양이 문제가 됩니다. 1970년 이후에 우리 인류는 새와 물고리, 파충류와 포유류 등등 52%를 이미 잃었습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육상 생명의 39%가 살라졌으며 역시 바다생물의 39%가 사라졌습니다. 강이나 호수에 사는 생물들은 이미 76%가 사라졌다면 믿으시겠어요? 이게 인간이 지금 벌이고 있는 여섯 번째 멸종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멸종 속도가 빠르며 훨씬 심각합니다. 이는 USA투데이에서 조사한 결과로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동물 하나를 보여드릴게요. 방금 제가 말씀드린 수치들이 정말 어마어마하죠. 그리고 앞에도 봐왔지만 상어 가은 경우에는 일 년에 억 단위로 죽어나갑니다. ‘억 단위’, 인간에 의해서 인간이 잡아먹기도 하고 환경 변화에 의해 죽어가는 상어의 수가 일 년에 억 단위인 반면 상어에 의해 인간은 일 년에 10명 정도가 죽습니다. 우리는 상어가 굉장히 무섭고 아주 잔인하고 냉혈한 동물이라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그렇습니다.

이 동물이 혹시 뭔지 아시나요? 이게 담비라는 동물입니다. 굉장히 귀엽게 생겼죠? 담비라는 동물은 지금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상상해 보실 수 있으세요?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담비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바로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즉, 담비가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짐승이라는 뜻입니다. 담비가 정말 포악해서가 아니고 호랑이와 늑대가 없는 한반도에서 담비가 왕이 된 것이지요. 지금 흉측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군요. 담비가 사냥을 잘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담비가 여럿이 모여서 멧돼지도 잡아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위 포식자들이 얼마나 사라졌으면 지금 족제비 과의 저 동물이 최상위 과에 있겠습니까! 이 한 예를 보아도 얼마나 많은 생물 종이 사라지고 있는지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우리에게 위험이 된다고 생각되는 호랑이와 곰 이런 동물들을 싹 다 죽이고 봤기 때문에 오늘의 이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지요.

캐나다 같은 데를 보시면 곰하고 사람이 같이 삽니다. 밴쿠버 뒤에 산 쪽에 가시면 아침마다 곰들이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지곤 합니다. 물론 위험합니다. 그래서 곰 때문에 일 년에 한두 명 정도는 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사는 길을 캐나다는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생태계가 우리만큼 망가지지는 않았죠.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뒷산에 북한산 어딘가에 호랑이가 나온다하면 여러분은 가만히 있으시겠어요? 뉴스에 호랑이가 나와 사람을 쫓아다니고 강아지를 잡아먹는다면 다 죽여야 되는 걸까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죽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그 중간 쯤 어떤 방법을 찾아내야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지금 담비가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담비마저도 지금 멸종 위기 종입니다. 이게 담비 코트거든요. 이 옷 하나를 만들기 위해 담비 수십 마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모피 만드는 공정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 깨끗한 모피를 얻기 위해 산 채로 벗겨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엄청난 고통을 받으면서 죽어가게 됩니다. 한 때 호랑이가 있었던 우리나라에서 지금 최상위 포식자가 된 담비 또한 우리 손에 의해 또 다시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 거죠.

담비 다음에는 누구일까요. 사실 자연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입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힘과 에너지 등 많은 것들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과 과학 기술을 갖고 있죠. 이를 무기로 우리는 다른 생물들을 무분별하게 죽이고 고통을 주는 가운데 우리 자신은 온실가스를 내뿜으며 스스로의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젠 그 심증과 물증이 명확해지고 있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섯 번째 멸종이라는 말에 수많은 학자들이 인정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생태계는 굉장히 섬세합니다. 하나의 흔들림에 자연은 무너지기 쉽습니다. 그 흔들림을 급작스럽게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인간이라는 점이 굉장히 위험한 것이며 결국을 우리의 존재도 위태롭게 만드는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이 작품을 통해 느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멸종은 지금 여섯 번째 멸종, 대멸종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인간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앞까지 와있죠. 그리고 이런 식의 빠른 멸종은 우리 자신의 삶과 생활과 모든 것들의 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인식을 갖고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만약에 우리가, 우리로 인해서 초래된 이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도 결국은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될 것이고 세대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삶의 터전은 점점 피폐해지며 인류와 다른 생물들이 멸종하는 그런 시대를 맡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다큐를 보시고 우리가 달라지게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일단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까지 오신 분들은 좋은 기회를 가지시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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