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 집행위원장 추천작

2017.09.04

조재현 집행위원장 추천작

국내 대부분의 영화제가 개최가 임박하면 ‘추천작’이라는 것을 내놓는다. 집행위원장의, 프로그래머의, 예심위원의 추천작들은 영화제에서 길을 잃은 관객들에게 일단의 이정표가 되어준다. 사실 영화제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추천작 리스트업은 조금은 부담스런 작업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취향이 영화제의 공식적인 프로그램 기조로 보이게 될 우려가 먼저고, 영화제의 안주인으로서, 추천작으로 선정되지 않은 백 편이 넘는 상영작과 그보다 많은 영화 관계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피해가기가 어려워서다.

특히,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은 더욱 그렇다. 조금 무겁고 딱딱한 호칭 ‘집행위원장.’ 영어권 국가의 영화제에서 집행위원장에 상응하는 표현으로는 주로 ‘Festival Director’를 사용한다. 말 그대로 축제의 방향을 결정하고 선도하는 사람이다. 자리의 무게 때문일까? 이하의 추천작들은 제재와 터치의 측면에서 고르게 선정된 느낌을 준다. 그 전작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삶으로부터 보편적인 삶의 형태를 끌어내 모든 이에게 소구할 개막작 <올드마린보이>,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경쾌한 리듬으로 연출된 <카운터스>, 한국사회의 집적된 문제가 각각 비극과 촌극으로 출현한 사례를 재조명하고 현재화하는 <망각과 기억2 : 돌아 봄>과 <앨리스 죽이기>, 마지막으로 지난 2003년 이후 문명과 인간성의 지반을 심대하게 위협하고 있는 중동사태를 다룬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가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이하는 조재현 집행위원장의 선정의 변을 수록했다.

 

올드마린보이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감독의 신작 <올드마린보이>는 강원도 고성에서 머구리(잠수부)로 일하는 탈북 남성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가족과 함께 국경을 넘어온지 10여년이 지났지만, 남한 사회에서 그의 삶은 북한을 넘어오던 그 날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깊은 바닷 속에서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하는 수중 촬영 장면은 고향을 두고 떠나온 이방인이자, 가족을 지켜내야 하는 한 가장의 외롭고 고독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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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스

2014년 6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울보권투부>의 이일하 감독은 신작 <카운터스>로 3년만에 DMZ국제다큐영화제를 찾는다. 헤이트 스피치(혐오 데모)를 목격한 야쿠자 다카하시가 야쿠자를 그만두고 혐오 데모를 저지하는 카운터스의 편에 서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유쾌하게 담아낸 <카운터스>는 한국 다큐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캐릭터와 재기발랄한 전개, 감각적인 편집 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들이 펼치는 활동을 통해 무거운 시민운동이 아닌,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운동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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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과 기억2 : 돌아 봄

참사에서 가까스로 살아 나온 생존자의 시간, 희생자의 형제와 자매가 들려주는 유가족으로서의 삶, 희생자의 시신을 수습했던 민간잠수사들의 아픔과 투쟁의 이야기를 통해 세월호 참사 후 3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추적한다. 3년의 시간을 돌아보는 것과 함께, 돌아오는 봄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작품이다. 옴니버스로 구성된 5편 중 한 편인 <잠수사>는 지난 7월 별세한 故박종필 다큐멘터리 감독의 유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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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

종북 콘서트 논란에 휩싸인 신은미씨와 그녀를 다루는 언론에 주목한 김상규 감독의 <앨리스 죽이기>는 우리 안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분단의 역사와 상흔, 레드 컴플렉스를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사건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언론과 시민의 모습과 반응을 뚝심있게 기록한 이 작품은 지난해 DMZ국제다큐영화제 제작지원 신진작가 프로젝트 지원작이어서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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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2011년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후부터 IS(이슬람세력)이 다시 점령하는 등 전쟁과 폭격, 위협이 끊이지 않는 이라크 중심부의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노리 샤리프는 전쟁의 한 가운데서 자신의 삶과 일상을 카메라로 기록한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록한 이라크 전쟁의 한 가운데서 카메라를 놓지 않는 주인공은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다큐멘터리영화제인 ‘암스테르담국제다큐영화제(IDFA)’ 장편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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